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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양대학교

 
교수 노동조합 출범의 과제 게시판 상세보기

[대표] - 기타(건양소식)

제목 교수 노동조합 출범의 과제
부서명 홍보팀 등록일 2020-02-25 조회 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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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노동조합 출범의 과제

안상윤 건양대 대학원장 

 

법 개정이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오는 4월부터 직업의 자율성이 가장 높다고 인정받는 교수들이 노조를 설립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0여 년 동안 교수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 때문에 교수노조 설립 승인요청이 번번이 좌절됐다. 시대변화 덕분인지 2018년 헌법재판소는 노조를 설립하고 가입할 수 있는 교원의 범위에 초·중·고 교사는 물론 교수도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원광대학교에 제1호 교수노조가 설립되었고 각 대학에서 교수노조 설립이 잇따르고 있다. 교수노조의 출범은 우리 사회와 대학에 여러 가지 과제를 던져준다. 우선, 사회 전반에서 교수가 노동자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갈리고 있다. 

 

보수 성향의 전문가들은 주로 교수가 노동자가 아니라고 보고, 진보 성향의 전문가들은 그 반대 입장이다. 교수를 노동자로 보기 어렵다는 인식은 일반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이 사용자의 지휘·감독 하에 있는데 반해, 교수들은 전적으로 그렇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교수노조는 그 직업적 특성 때문에 또 하나의 귀족노조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교수가 노조활동을 하고자 한다면 근무시간 동안에는 사용자의 절대적 지휘 하에 들어와야 한다고 요구할 수 있다. 이것은 노사 간 충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교수들이 노동자로 인정받고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된 데는 사학 운영자들의 비민주적 관리방식이 한몫을 했다. 

 

말하자면, 교수들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조성하기보다는 비민주적으로 교수들을 관리한 측면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반동으로 2019년 초 교수노조 설립 준비위원회도 사회의 민주화 경향에 반해 사립대학은 온갖 비리와 불법이 판치는 조직으로 남아있어 대학의 민주성, 공공성, 자율성을 학보하고 학내의 비리, 부정부패와 싸워야 한다는 점을 노조설립 이념으로 분명히 했다. 

 

이는 주로 근로조건의 개선을 목표로 하는 직원노조와 단체교섭에서 명분 내지는 주도권 다툼을 일으킬 수 있다. 역사적으로 노동조합은 영국의 산업혁명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 공장노동자들의 사용자에 대한 치열한 저항 속에서 탄생했다. 그것이 프랑스를 중심으로 적대적인 노사관계로 발전했고, 미국에서는 경제적 공생의 관계로 발전했다. 

 

아시아 경제대국 일본은 초기에는 적대적 노사관계를 유지하다가 1990년대 후반 IMF 구제금융 사태를 계기로 노사공생의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한국의 교수노조는 설립이념을 사용자와의 투쟁관계로 노정시켰다는데 그 특이성이 있다. 

 

따라서 대학을 사적 소유물로 인식하는 대부분의 사학 경영진과 충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노사관계는 기본적으로 정부, 사용자, 노동자와의 3각 이해관계 속에서 유지되고 발전하지만, 대학은 학생이 직접적인 수요자요 이익집단으로 존재하면서 정치적 역량도 행사하려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때문에 교수노조, 직원노조, 학생, 재단이라는 네 개의 이해집단이 서로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갈등할 수밖에 없다. 교수노조가 출범하는 마당에 정부 당국이 여전히 사립대학을 사적 영역으로 인식하고 관리할 경우 대학은 무한투쟁의 장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정부에게 주어지는 중요한 관리적 과제이다.